나는 이기적인 년이라 엄마를 증오한다
어릴때엔 그래도 엄마를 좋아했다. 사랑하진 못했어도 좋아하긴 했었다. 사춘기 때에 학교폭력 사건과 맞물려 집 안에서도 왕따를 당한다는 느낌에 시달려 오빠랑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그게 진심은 아니었다. 사춘기의 끝자락에 오빠가 정말 죽었다. 사이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다. 엄마는 그 후로 나에게 잘해주었다. 약물치료를 받으며 화도 잘 내지 않고 하고싶다는 건 돈이 들어도 다 해줬다.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할 줄아는 것 하나 없는 쓰레기인 내가 정말 과분한 것들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고, 그런 심정을 이야기 한 적도 있다. 엄마는 나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까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,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했다. 원한다면 평생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, 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다. 몇 년 후에 엄마가 약을 끊었다. 커다란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, 그냥 더 이상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. 끊고 나서 차츰 화를 비롯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. 그 후로 다시 나와 엄마가 싸우기 시작한 것 같다. 나는 상담치료를 시작했다. 변하는 건 없었다. 나는 푸념하고, 상담자는 들어주고, 푸념하고, 들어주고. 그것 뿐이었다. 속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. 상담자 쪽의 사정으로 상담자가 두 번 연달아 바뀌고, 결국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게 됐다. 내 이야기는 다시 속으로 삼켜졌다. 엄마는 명예퇴직을 하고, 아빠는 정년퇴직을 하고 난 다음 해였다. 두 분 다 30년 정도를 교직에서 일하셨었다. 아버지가 새해 벽두부터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알려왔다. 처음엔 충격적이고, 어느정도인지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. 알 수도 없었다. 말해주지 않았으니까. 엄마는 이혼까지 생각했지만, 아빠를 잃기 싫었던 내가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. 그 말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이혼하지 않았다. 아빠의 빚을 갚아주었다.